내가 무엇을 갖는 동안 나는 어떤 것을 잃고 있다

내가 무엇인가 주는 동안 나는 어떤 것을 얻고 있다

이것은 인생의 진리다. 이 이야기를 좀 더 정확하게 설명하기 위해 최근 내가 겪은 어떤 일을 예로 들고 싶은데, 근래에 겪은 일이라는 게 거의 직장 일이다. 회사에서 산다. 친구들과 최애 이야기를 하다 나는 최애가 없는 것 같다 했더니, 한 친구가 내게 일이 너의 최애인 것 같아, 했다. 맞다. 아니다. 여기에서까지 회사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까. 이 말을 하는 동안 나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고 있을까.

그냥 최근 이야기를 해야겠다. 지난 달 한 수업을 신청했다. 카프카의 단편 소설 <굴>을 읽고, <굴>에 나오는 소리와 소리를 추적하는 방식을 탐구하고, 내 주변의 소리를 절단하여 특정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이용해 이런 저런 모양으로 빚어보는 수업이었다. 카프카는 작은 굴을 판다. 아니, 규모를 알 수 없는 굴을 판다. 굴을 파고 그 안에 누워 정적을 즐긴다. 카프카는 정적을 즐기기에는 너무 예민하다. 너무 예민해서 정적은 정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굴 입구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땅 속에서는 무엇인가 발톱을 세워 긁고, 자꾸 어떤 소리가 들린다. 예민한 카프카의 온 신경을 긁는 소리. 소리의 중심은 하나가 아니며, 카프카는 안심할 수 없다. 도저히 안심을 할 수가 없다. 아니, 굴은 작지 않다. 굴 안에는 광장이 있다. 세 번째 광장도, 네 번째 광장도 있다. 카프카는 광장들을 설계했다가 그것을 짓는 것을 포기한다. 글을 계속 읽다보니 이건 굴을 건축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 같다.

굴이 나를 너무나 바쁘게 한다. 재빨리 입구를 떠나지만 곧 나는 되돌아온다. 좋은 매복처를 찾아 집의 입구를 엿본다—이번에는 밖에서—몇 날이고 몇 밤이고. 어리석다 해도 좋다. 그것은 나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을 주고 나를 안심시키는 것이다. 그럴 때면 나는 나의 집 앞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 앞에 서 있는 것만 같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깊이 잠자면서 동시에 내 자신을 날카롭게 지켜볼 수 있는 행운을 가져봤으면 싶다. … 믿을 수 있는 것이라곤 나와 굴뿐이다.

굴 안에는 정적이 흐른다. 더 읽어보니 이 글에는 분명 소음이 등장하고, 소음에 대한 괴로움도, 소음에 대한 탐구도, 어쩌면 증오도 등장하지만, 소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창작에 대한 이야기 같다.

매주 토요일 1시부터 3시. 1월 첫 주 첫 수업을 갔다. 졸았다. 소음을 다루는 것과 달리 강의실에는 적막이 흘렀다. 내가 내는 소리가 수업을 방해할까봐 숨을 죽이고 앉았다. 코트를 벗지 못했다. 난로가 있었지만 공기를 데우기엔 턱없이 부족해 추웠다. 나는 추우면 졸리다. 졸고 말았다. 수강생들은 돌아가며 자신이 겪은 소음을 나눴다. 나는 연남동 작은 원룸 2층에서 겪은 지독한 거리의 소음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다들 자기 몸에서 나는 소리를 이야기했다. 결심했다. 다음 수업부터 가지 않기로. 앞으로 세 번의 수업이 남아 있었다. 나의 수업료는 한국 영화계의 발전을 위한 후원이고, 나는 이렇게 저렇게 영화나 글이나 예술이 붙은 온갖 데에 후원을 하고, 수업 신청을 하고, 가지 않는다. 잘 가지 않는다. 지난 글에 비해 나은 점이 있다고 하면 이제 수업료를 낼 돈이 있다는 것. 하지만 이 수업을 신청하고 가지 않는 동안 나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을까. 수업에 갔다면 나는 <굴>을 끝까지 읽지 않았을 것이다.

수업은 영화 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공동체에서 운영하는 것이다. 나는 그 중 한 영화감독의 영화를 최근 영화제에서 보았다. 한 공원을 보여주는 영화다. 공원을 끊임없이 보여주는 이야기다. 1시간 26분 동안 꼼짝 없이 공원의 면면을 바라보아야 했다. 분수에서 솟구치는 물 소리. 물레방아로 떨어지는 물 소리. 끊임없는 소리. GV시간에 손을 들고 물었다. 저는 저 공원에 갇힌 것 같았는데요, 이렇게 연출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감독은 무한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공감했다. 무한은 종종 끔찍하고 황홀하다. 나는 영화가 끝나지 않았으면 했고, 나의 신체는 무엇이든 끝났으면 하고 바랐다.

감독의 영화를 본 건 우연이 아니다. 감독이 예전에 만든 시네클럽에 종종 영화를 보러 갔다. 지금 누군가 내게 어떤 영화 좋아하세요, 물었을 때 존 카사베츠라고 대답할 수 있는 건 그 시네클럽 덕분이다. 지아 장 커도 시네클럽에서 만났다. 나는 시네클럽에 간 이야기를 소설로 썼고, 그건 나의 첫 소설이었고, 소설을 다듬고 있는데 잘 되지 않고 있고, 영화제에서 감독을 만나 당신이 나오는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괜찮으시면 보여드릴게요. 첫 수업에 가서 다시 만났을 때 또 한 번 말했다. 저기, 예전에 말했던 소설 보여드린다고요.

나는 왜 수업을 신청하고 들으러 가질 않는가. 나는 왜 쓴 글을 보여주겠다 약속하고 보여주지 않는가. 나는 왜 이것이어도 좋고 저것이어도 별로인가. 그게 무엇이든 왜 상관이 없는가. 왜 아주 좋은 순간에 없던 불안을 긁어 세우는가. 왜 끝없는 고양에 몸을 맡겼다가 그대로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은가. 나는 왜 약속을 잡고 약속을 미룰까. 나는 왜 결심을 하고 결심을 부술까. 나는 왜 사람을 믿고 믿지 않는다고 말할까. 나는 왜 이런 투정을 하나. 아주 긴 투정을 하나. 나는 투정을 하는 동안 무엇인가 얻고 있다. 그동안 나는 무엇인가 잃는다. 반드시.

오늘 누군가 내게 성인이 되었을 때 뭘 하고 싶었냐고 물었다. 우리는 열여덟의 가을을 잃은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노래를 듣고 있었다. 겨울이 온 것 같다. 이렇게 달이 동그랗게 뜨는데. 널 향한 내 마음에도 겨울이 왔다. 너의 커피는 식지 않았는데. … 나의 열여덟의 가을은 어디로 갔나. 내 손과 발이 차가워지네. 그는 술을 마시고 싶었고, 연애를 하고 싶었고, 외박을 하고 싶었고, 나는 멀리 가고 싶었다. 모든 면에서 멀리 아주 멀리 가보고 싶었다. 모험이라는 두근거리는 짧은 글자가 그땐 이미 가득 커져 주체하기 어려운 탓이었다. 나는 10년간 나의 자리(자리란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어딘가에 속하거나 가진 것을 희생하거나 절박하게 사정해 얻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게 잘되지 않을 때마다 술을 마셨다. 그런 날은 매일 이어졌기 때문에 술을 매일 마셨다.

이제 나는 내가 어디에 있든, 누구와 함께 있든 나의 자리를 찾을 수 있다. 나의 자리를 만들 수 있다. 어디에든 있을 수 있고, 누구와도 있을 수 있다. 나는 아주 멀리 멀리 왔고, 멀리 돌아온 길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을, 나의 일부가 된 사람들을 안고 어디로든 걷는다. 앞에 무엇이 펼쳐져 있든 중요하지 않다. 겪는다는 것, 무엇인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 그것이 문제다.

나의 규모를 찾는 것이 그래서 중요했다. 내가 자율권을 갖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 내 행동과 선택이 변화를 만들고 그것이 지속될 수 있는 규모를 찾는 것. 그게 지난 10년간의 큰 성취였다. 무엇인가 분명한 것을 얻었을 때, 무엇을 주어야 하는 거지?

내가 무엇을 갖는 동안 나는 어떤 것을 잃고 있다

내가 무엇인가 주는 동안 나는 어떤 것을 얻고 있다

이것은 인생의 진리다. 이 이야기를 좀 더 정확하게 설명하기 위해 최근 내가 겪은 어떤 일을 예로 들고 싶은데, 근래에 겪은 일이라는 게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한 친구가 내게 처음 봤을 때는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속에 용광로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맞다. 아니다. 나는 오히려 일 년에 한 번 태우는 달집 같은 사람이다. 달집은 크고 뜨겁다. 염원을 안고 태운다. 정월대보름이 다가온다. 이 말을 하는 동안 나는 무엇을 주고 무엇을 얻고 있을까.